쇠돌이가 하늘나라로 떠난지 1주년.

쇠돌이 2009. 9. 7. 01:52
쇠돌이가 하늘나라로 떠난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와이프와 저는 쇠돌이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길가던 강아지만 봐도 한번더 돌아보게 되고,

쟤는 쇠돌이랑 완젼 비슷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만큼 쇠돌이는 우리 삶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젠 금년 12월 초가 되면 쥬니어가 태어나겠죠.

아마도 쥬니어가 태어나면 우리의 허전한 많은 부분을 채워주긴 하겠지만, 쇠돌이는 아마 평생 내 기억속에서 생각나고 계속 보고 싶고 그럴것 같습니다.

















To. 쇠돌장군!

쇠돌아 네가 떠난지 벌써 일년이 지났구나.

네가 없는 일상이란게 상상도 안되었는데, 정신없이 살아가다 보니 살아가고 있다.

시간이 이렇게 흘러서 일년이 다 되었구나.

아직도 출근때마다 너랑 같이 걷던 길이 보일때마다, 저녁 산책길에는 너와 같이 걷던 성내천 길이 보일때마 네 생각을 하곤 한단다.

네가 쫄랑 쫄랑 귀엽게 걷던 모습도 생각나고, 안아 달라고 보채던 모습도 생각이 난단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년을 함께 한 너와 나 였는데, 너도 형없이 하늘나라에서 잘 보내고 있는지 걱정이 된다.

아마 거기서 좋은 친구들 많이 만나고 아프지도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겠지.

사랑한다 쇠돌아.

시간이 지나면 머리 나쁜 형은 너를 조금씩 잊어 버릴지도 모르겠지만 , 형이 할수 있는 최대한 너를 기억하며 추억하며 , 우리가 행복했던 시간들 생각하면서 기운내서 살아갈께.

보고 싶다 쇠돌아. 사랑해. 사랑해.


쇠돌이와의 추억 #2 - 한식구 되기.

쇠돌이 2009. 8. 19. 00:20
1편에 이어서 계속 됩니다.

1편 쇠돌이와의 추억 #1 만남 보러 가기


쇠돌아~~

응? 저요? (내생각)

왜 임마 (쇠돌이 생각)

카메라만 들이대면 늘 저렇게 올려다 보곤 했던 쇠돌이.





쇠돌이는 그렇게 우리집의 식구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 녀석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식구들 중 누군가 제일 먼저 기상하는 동시에 기상 (대부분 어머니나 아버지가 신문 가지러 가실때)

그때 내방에서 자다가 잠깐 나가서 아는척 한다.

다시 돌아와서 아무데나 소변.

다시 내 옆에서 잔다.




한참 지나도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깨운다. -_-;;  주로 얼굴을 핥는다.

어쩔수 없이 일어나면 아침부터 놀아달라고 날뛴다;;;

참고로 당시 군대 제대하고 가끔씩 알바하면서 놀때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때 였다.

나 아침 먹을때 옆 의자에 뛰어올라와 뭐먹는지 감시한다.

고기나 햄 종류 같이 냄새가 좋은 것을 먹을때는 강렬한 눈빛 공격과 팔 긁기 공격을 한다.

처음엔 나에게 하다가 내가 쌩까고 안주면 마음약한 아버지나 형을 공략한다.

대부분 성공한다;;

이게 습관이 되니 자기 사료는 잘 먹지 않는다.

사료를 줘도 사람들이 모두 밥먹고 치우기 전까지는 절대 자기 밥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나중에는 이 버릇이 심해져서 고기나 햄이 아니면 먹지않는 단식 투쟁까지 벌였다.

개들이 염분기가 있는 사람음식을 먹으면 건강에도 안좋고 피부병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결국 이 녀석이 피부병까지 나서 가족들에게 쇠돌이 음식 주기 금지령을 내렸다.

마음약한 아버지와 형은 나몰래 가끔씩 주기도 했지만 나의 강력한 "음식 제한령" 덕분에 결국 나중에는 며칠 굶겨서 버릇을 고쳤다.



아침먹고 나면  아무데나 소변을 본다.

내가 보고 있을때는 화장실로 가지만, 안보고 있으면 아무데나 싼다.

심지어 이 녀석은 내가 잠든 새벽시간에 주로 몰래 일어나서 여기저기 영역 표시를 해놓는다.

나의 하루 일과는 걸래질로 시작해서 걸래질로 끝이났다.

집에 적응을 하면서 점점 그 횟수는 줄어들긴 했지만 이 녀석은 진정한 물기 대마왕 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고마웠던 것은 대변은 그래도 화장실 가서 싸주는 기사도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고맙다;;;


밥도 먹고 볼일도 보고 이제 슬슬 말썽 부릴 꺼리를 찾는다.

주 타킷은 아버지가 샤워하기 위하여 벗어놓는 속옷이나 출근 하려고 꺼내놓은 양말이다.

주로 선호하는 것은 꼬랑내가 나는 신던 양말이나 입다가 벗어놓은 속옷.

마루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으면 쇠돌이가 안방으로 살금 살금 들어가서,  자기 몸보다 긴 아버지 런닝을 물고 마루를 지나간다. -_-;;

너무 길어서 발이 걸려도 꿋꿋이 물고서 나를 모른척하면서 지나간다. 그런다가 내가 "이 놈!!" 하고 외치면서 뺏으려고 달려가면 "으르렁" 대면서 방으로 들어간다.

물고 간 속옷이나 양말은 여지없이 그 무시무시한 송곳니로 구멍을 뚫어놔야 직성이 풀린다.

뺏긴 뺏어야 하는데,  집착이라고 하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녀석이라,  특히 속옷이나 인형 같은 장난감은 한쪽 발을 턱 하니 올려놓고 "만져만 봐라, 물어주마" 하는 자세로 사주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한번은 갈비집에서 소 갈비대를 하나 줬다가 진짜로 맘에 들었는지 밥도 안먹고, 화장실도 참으면서 하루종일 지키고 앉아서 부스럭 소리만 나도 "으르르릉" 대면서 승질만 내는 통에 아주 곤란했었다.

이럴때 분위기 파악 못하고 이녀석을 이쁘다고 머리를 쓰다듬으려 한다던가 안으려 하면 여지없이 송곳니 신공을 펼쳐서 피를 보게 만들었다.

시간이 좀 지나서야 만져도 될때와 안될때가 구분이 되었지만 그전에 식구들은 돌아가면서 한번씩은 다 물려봤던 경험이 있다.

쉽게 빼앗을수도 없기 때문에 결국 간식과의 교환을 통한 외교적 해결 방법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간식을 손에 들고 있을때와 그렇지 않을때의 이녀석의 태도는 사뭇 달랐는데,

사람을 보면 얼굴을 먼저 보는게 아니라 손을 먼저 보는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손에 뭔가가 없어지면 뒤도 안돌아보고 냉정히 가버리거나 으르렁 대는 녀석 때문에 섭섭했던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녀석이 불쌍해 보일때가 가끔 있는데, 어머니 말로는 내가 밖에 나가면 대문앞에 앉아서 마루쪽을 쳐다보다가도, 내가 들어올 시간이 되면 대문쪽을 보고 누워 있다는 것이다.

무시 무시한 녀석이지만, 그래도 내가 자기의 주인이라는 사실은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내가 들어오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좋아서 어쩔줄 모르고 , 두발로 서서 앞발 두개를 앞으로 나란히 하는 "강시 자세"를 해서 반가움을 표시한다.

특히 내가 집의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소리만 나도 이미 내가 올것을 알고서 먼저 짖으면서 좋아한다고 어머니는 신기해 하셨다.

젊은 시절 친구들과 술먹고 늦게 집에 올때도 집안의 불이 모두 꺼진 채,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어도 이 녀석만은 자다가도 일어나서 이렇게 온 몸으로 반겨주니,  이 녀석 오줌지린내가 방안에서 진동을 해도, , 걸레질과 걸레 빨기에 주부습진이 걸린다 해도, 가끔씩 그 무시 무시한 송곳니로 피를 보게 만들어도 , 어찌 미워할수 있으리.

다른 식구들의 공통적인 의견도, 귀여운 얼굴과 들어올때 반겨주는 것마저 없었다면 , 이 녀석은 구박덩어리가 되었을거라는 것이다.

그만큼 쇠돌이는 자신이 가져야 할 것과 해줘야 할 것은 확실하게 알고 있는 똑똑한 녀석(?) 이었던 것이다.




내가 집에 오면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잠을 잘 때도 이 녀석은 이불을 피면 자기가 먼저 가운데에 눕는다.

내가 좀 옆으로 밀면 "으르렁" 댄다.  결국 난 요 한쪽 구석에서 자고 이녀석이 가운데를 차지하고 잔다.

구석에 먼저 누워서 슬슬 밀어서 결국 내가 자리를 차지 하긴 하지만, 이 녀석과의 잠자리는 익숙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기집에서 자도록 훈련을 해보려고도 했지만 잠만은 내 옆에서 자려고 해서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같이 자도록 내버려뒀다.

또 겨울에는 추위를 많이 타서 같이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을 좋아했다.  이불을 덮어주면 그대로 가만히 잘 자곤했다.

가끔씩 이 녀석은 잠꼬대와 코골이 소리로 나의 단잠을 방해하기도 했는데, 나의 코고는 소리도 만만치가 않아서 귀가 밝은 이 녀석도 나랑 같이 잠자는데 익숙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서 쇠돌이가 없길래 형 방에 가보니 거기서 자고 있다.

형 말로는, 내가 새벽에 무지 무지하게 크게 코를 골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슥 나오더니 형 방으로 와서 자더라는 것이다.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 나의 코 고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우리는 그렇게 같은 이불에서 동침하는 사이가 되었다.




* 쇠돌이와의 추억은 앞으로 계속 연재 됩니다. 기대해주세요.

* 이글은 유기견 검색엔진 whereis에도 같이 포스팅 됩니다.

쇠돌이와의 추억 #1 만남

쇠돌이 2009. 8. 4. 23:42

쇠돌이와 내가 처음만난것은 제대한 다음해 1999년도 초정도였던걸로 기억이 된다.

내 친구의 친구가 키우는 개가 있는데, 집에서 누구를 주던가 버리라고 했다고 고민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유는 곧 새로운 집에 입주를 하는데 개가 있으면 금새 새집이 망가진다는 것이었다.

참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이유이다.

한번 거둬들인 생명을 저런 이유로 내치다니.. 암튼 그 친구는 일단 한달 정도만 어디 개를 맡겼다가 나중에 다시 부모님을 설득하여 데려올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집이라는것이 사용하다가 보면 금새 헌집이 되니 여기저기 기스가 좀 나면 부모님 마음이 바뀌리라고 생각했던거 같다.

그리하여 원래 개를 좋아하고 사정이 딱하기도 하고, 마침 제대후에 복학전까지 무료하던차에 내가 돌봐준다고 했다.

당시에는 부모님께 얹혀서 살던 시절이라서, 덜컥 그렇게 이야기해놓고 집에 와서 부모님께 여쭈어보니 의외로 결사 반대를 하시는거다.

대략 난감한 상황.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의 나는 더욱 지르고 보자는 마인드였다.

일단 개를 데려오자!

데려온개 잡아 먹기라도(?) 하시진 않겠지?   이런 무대뽀 정신;;


어느날 저녁 친구는 쇠돌이를 차에 태우고 우리집앞에 와서 전화를 했다

처음 본 쇠돌이는 "푸들"같았다.

남의 집 보낸다고 짧고 단정하게 미용을 했는데 그게 흡사 푸들의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단정하게 미용하고 다소곳이 친구품에 안겨있던 쇠돌이.

그 순진한 모습에 속았던 것이었다. ㅡ.ㅡ;;

아래의 사진들은 쇠돌이가 왔을때 초창기의 모습이다.




친구가 울먹이며 쇠돌이를 나에게 건낼때까지만 해도 얌전하던 녀석이, 집에 와서 내려놓자 마자 늑대로 돌변하였다.

녀석과 함께 딸려온 녀석의 집이나 장난감을 건드릴려고 하면 자기 키 높이만큼 점프를 하며 하얀 송곳니를 드러내고 물려고 덤비는 것이었다.

뭔 개가 그렇게나 소유욕이 강한지.

자신의 물건은 귀신같이 알고 있었고, 누군가 손만대면 물 태세였다.



저녀석과 앞으로 어떻게 한달을 생활 할 수 있을까. -_-;

처음에 든 생각이었다.




녀석이 워낙 시끄럽게 으르렁대니 결국 어머니가 방에 들어오셨다.

"얜 뭐니?"  어머니의 휘둥그래 해지셨다;;;

"당장 갔다줘~!!!" 라고 하시긴 했지만 갈데가 없는 불쌍한 처지라는 말에 어머니도 어쩔수 없이 허락을 하셨다.

귀엽게 생긴 모습을 보고 만지려고 하시다가 몇번 물릴뻔 하시긴 했지만...

그렇게 쇠돌이는 우리집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 쇠돌이와의 추억은 앞으로 계속 연재 됩니다. 기대해주세요.

* 이글은 유기견 검색엔진 whereis에도 같이 포스팅 됩니다.





MBC스페셜 - 노견만세 , 감동적인 이야기,그리고 쇠돌이.

쇠돌이 2009. 7. 4. 00:18

방금 방영이 끝난 MBC스페셜 노견만세를 보고 한글자 적습니다.

제목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나이가 많아 이제는 주인 곁을 떠나야 하는 반려견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것입니다.

인 안내견으로 평생을 사람을 위하여 살아가다가 은퇴하여 얻은 병으로 17살을 끝으로 하늘나라 간 "대부"이야기,

그리고 은퇴한 아버지가 다시 가족과 어울리도록 도와준, 한때 유기견이 될뻔했던 17살 시추 찡이 이야기.

자살까지 결심했던 한 여자의 곁에서 삶의 힘이 되어준 푸들 비비 이야기.

비록 말못하는 동물이지만, 그들은 사람과 교감을 하고 있고, 그 교감에서 인간은 분명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없는 어떤 종류의 위안과 안식을 얻을 수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TV를 보면서 작년 쇠돌이를 화장했던 그곳에서 "대부"도 화장을 하는 장면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14살에 하늘나라로 보냈던 쇠돌이.

다른 개들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저렇게 주인을 힘들게 하지도 않았고, 끝까지 이쁜 모습,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내곁을 떠나갔던 쇠돌이.

이제 쇠돌이 떠나간지도 두달만 있으면 일년이 되갑니다.

3~4개월정도는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보고 싶은것이야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만, 그래도 지금은 다시 일상을 살아가고 있네요.

몇년후에 다시 개를 키운다면, 쇠돌이에게 못해준 사랑까지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좋은 추억들 많이 만들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만,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힘들더라도 끝까지 자신이 거둔 반려동물들을 사랑으로 책임져 줬으면 합니다.



쇠돌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

올 연말이면 형의 쥬니어가 생긴다.

아마 네가 있었으면 너도 우리 쥬니어를 좋아했을꺼야.

옆에서 지켜주고,  같이 잘 놀아주고...

너처럼 착하고 이쁜 아기였으면 좋겠다.

그 녀석이 좀 더 자라면 너 같이 이쁜 강아지 동생을 만들어 주려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쥬니어도 동물들과 사이좋게 잘 지낼 줄 아는 아이였으면 좋겠어.

 언니랑 요새도 가끔 네 이야기를 한단다. 네가 남겨준 좋은 추억들. 그리고 즐거웠던 순간들.

늘 보고 싶고,  늘 그립고, 아마 내가 늙어서도 마찬가지 일것 같아.

사랑해 쇠돌아.

하늘나라에서 건강하게 뛰어놀고, 몸에 않좋다고 형이 많이 주지 않아서 못먹은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P.S 이런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든 MBC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나와 인연을 맺은 반려동물, 그리고 쇠돌이가 남기고 간 유산, Whereis.or.kr 베타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쇠돌이 2009. 5. 6. 23:47
나와 인연을 맺은 반려동물들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나와 첫번째 인연을 맺는 강아지는 일명 믹스견 "달롱이"였습니다.

내가 아주 어렸을때 초등 학교에 막 다니기 시작할때 형이 어디선가 눈도 못뜬 잡종 누렁이 한마리를 데리고 왔습니다.

근처 사는 형 친구네 집의 복실이가 낳은 새끼중에 막내를 데리고 온 것 입니다.

눈도 못뜬 녀석을 분유 타서 먹여서 키웠는데, 이름을 "달롱이"라고 지어줬습니다.

주둥이가 까맣고 딱 보기에도 누렁이 새끼 같은 녀석이었는데 지금처럼 예방 접종을 해준것도 아니고 사료나 영양제를 먹인것도 아닌데 참 건강하게 잘 자랐었습니다.

그러다가 몸집이 점점 커지면서 내가 학교간 사이에 어머니가 마당이 있던 외할머니 댁에 맡겨버렸죠.

나는 며칠을 울며 불며 지냈고, 나중에 어머니가 이야기 해주신 바로는 며칠뒤에 달롱이는 할머니집을 나갔고 그 뒤로는 다시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나와 두번째 인연이 있었던 동물은 고양이 였습니다.

군대에 있던 시절 야간 초소 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는길에 내무반 뒷쪽 산속에서 새끼 고양이 우는 소리가 자꾸 들립니다.

가봤더니 새끼 고양이 한마리만 숲속에 떨고 있는 것입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어미 고양이는 보이지 않고 그냥 놔두면 얼어죽을것 같아서 일단 안고 내무반 으로 들어왔습니다.

관물대 안에서 잠을 재우고 다음날 건빵 주머니에 그 녀석을 넣고 생선튀김 같은 음식을 취사반에 얻어 먹였습니다.

그날밤 야간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길에 왠 고양이가 한마리 내무반 앞을 서성거리며 야~~옹 야~~옹 웁니다.

아무래도 그 녀석 엄마 인것 같아서 내무반에서 새끼 고양이를 데려다가 놓고 한발짝 뒤로 물러나서 지켜보니 ,  그 녀석이 새끼 고양이 목덜미를 물고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풀숲으로 들어가기전에 내 얼굴을 한번 휙 돌아보고 가더군요.

다음날 아침에 내무반 앞에는 죽은 쥐가 한마리 놓여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녀석이 감사의 표시로 물어다가 놓은 것 같습니다.


세번째 인연이 있던 동물은 유기견이었습니다.

군대시절에 군종병이었기 때문에 야간 초소 방문이라고 초코파이와 커피를 들고 야간 초소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을 위로 하러 다니는 일을 했습니다.

내가 나올 시간만 되면 부대 주위의 산속에서 사는 유기견이 나타나서 내무실 근처를 서성거립니다.

내가 가는 길을 항상 두세발자국씩 떨어져서 따라옵니다.

무섭게 생긴 녀석이 아니라 착하게 생긴 발발이 녀석이라서 무섭다기 보다는 어두운 산속을 갈때 동무가 되어주어서 좋았습니다.

같이 이야기도 하고 산책을 하다가 내가 다시 내무반에 복귀할때 쯤 되면 다시 산속으로 사라집니다.

가끔 건빵이나 과자 , 우유 같은것을 챙겨두었다가 사라지기 전에 꺼내주곤 했는데요, 그러면 그 녀석은 감사하다는 듯이 평소에는 요리 저리 피해 다니다가 머리를 한번 만지게 허락 해줍니다.



네번째 인연을 맺은 동물이 바로 "쇠돌이" 입니다.

이전에 동물들은 모두 저를 짧은 기간 스치고 간 녀석들이었다면 쇠돌이는 10년을 같이 나와 함께 살았던 친구이자 애인이자, 동반자 같은 녀석이었습니다.

쇠돌이 덕분에 반려동물이 주는 행복을 배울수 있었고,  유기동물들에 대한 관심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전 포스트를 보면 쇠돌이가 저를 떠나간 뒤의 이야기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쇠돌이 카테고리의 글 보기






그리고 저와 잠깐 인연을 맺은 "예삐"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해볼까 합니다.

예삐는 유기견이었습니다. 제가 결혼전에 살던 아파트 공원을 며칠째 배회하던 녀석을 지켜보다가 구조한 녀석이었는데요.

정말 순하고 착한 발바리 여아입니다.

저희집에서는 부모님의 반대로 지내지 못하고 형 친구네 집에서 지내다가 아는 분께 입양을 보냈습니다.

그 녀석을 구조하면서 유기견 문제가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유기견을 줄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검색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2007년부터 생각만 하다가 작년에 쇠돌이가 하늘나라로 가면서 언젠가 유기견을 위한 검색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다시 한번 결심을 하게 되었고, 최근 회사 그만두고 쉬는 몇개월간 틈을 내서 만들게 된것이죠.

1월부터 다시 회사를 나가게 되고 시간이 없어서 차일 피일 미루다가 조금씩 작업을 해서  이번에 베타 서비스나마 런치를 하게 되었습니다.

쇠돌이가 하늘나라로 떠난지 8개월 하루가 지난 2009년 5월 5일 서비스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유기견/분실물 검색엔진 Whereis  (http://www.whereis.or.kr)



가장 좋은 유기견 문제의 해결방법은 원래 주인에게 되찾아 주는 방법입니다.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주인을 찾아 줄 수 있을까 고민한 서비스가 바로 whereis입니다.

whereis는 반려동물에 관심있는 분들이 직접 등록/제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서비스입니다.

지도위에 분실 위치와 목격 위치를 알려줄수 있도록 구글 지도가 Integration되어 있고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댓글로써 제보를 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저의 여가 시간과 서버 임대 비용을 들여가면서 만든 이 서비스가 아무쪼록 많은 유기동물들을 다시 주인에게 찾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영흥도 장경리 해수욕장에 쇠돌이를 뿌리고 오다.

쇠돌이 2009. 3. 8. 16:56

쇠돌이가 떠난지 6개월이 지났네요.

쇠돌이를 화장하고 나온 유골중에 일부는 쇠돌이가 가봤던 청계산 정상에 뿌려줬었고,

일부는 그동안 아래 사진 처럼 쇠돌이의 유골을 마루에 보관을 했었는데,

이번에 영흥도에 여행을 가면서 바닷가에 뿌려주고 왔습니다.



점점 날이 따듯해지는데 집안에서 보관하다가 곰팡이라도 나면 더 마음이 아플것 같고 살아있을때 같이 바닷가라도 한번 데리고 가지 못한것이 마음이 아파서 죽어서라도 바닷가 구경하면서 마음껏 돌아다니라고 말이죠.

그래도 전부 뿌리기에는 마음이 너무 허전 할 것 같아서 아래 사진에 나오는 향수를 보관하는 와이프가 사온 조그마한 핸드폰 고리에 아주 적은양의 유골만 담아서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저건 평생 가지고 있을 생각입니다. 언제든 쇠돌이 생각날때 마다 볼 수 있도록 말이죠.





영흥도는 서울에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섬입니다.

시화 방조제와 영흥 대교로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에 차를 타고 들어 갈 수 있는 작은 섬이죠.

겨울이라서 그런지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의 섬이었습니다.

도착한 곳은 장경리 해수욕장이었습니다.




크게 보기


도착시간은 저녁때 쯤이었기 때문에 해가 지기 시작했구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저녁때 해가 넘어갈때 까지 구경했습니다.

물이 빠지는 시간이라서 이때는 뿌려주지 못했구요.

다음날 오전에 다시 바닷가를 찾았습니다.

쇠돌이의 유골함을 들고 있는 와이프의 손.



작고 이쁘던 쇠돌이가 저렇게 하얀 가루가 되었네요. 청계산에 일부 뿌리고, 집에 조금 남겨놓고... 이젠 얼마 남지도 않았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바다에 뿌려줬습니다. 부디 좋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빌면서...



점점 바닷속으로 멀어져가는 쇠돌이의 유골들...



여기 저기 많이 다니면서 이 아름다운 바다에서 좋은 구경 많이 하고 좋은 세상에서 태어나거라!!

안녕 사랑하는 쇠돌아!

살아있을때 같이 왔으면 더 좋았을걸....






쇠돌이가 떠난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쇠돌이 2009. 2. 11. 22:48
쇠돌이가 내 곁을 떠난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요. 새로운 회사에서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이제서야 포스팅을 합니다.

이제는 슬픔보다는 그리움이 커져버린 마음입니다.

2008년 여름을 넘어서 막 시원한 바람이 불기시작하던 9월 2일밤.

잘 놀다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켜서 입원했던 쇠돌이.



결혼하고 나서 새로운 집에서 잘 뛰어다니며 놀던 쇠돌이의 모습



상암월드컵 경기장에 갔다가 우연이 얻게 된 장난감을 쇠돌이에게 가져다 줬더니 너무 좋아하던 모습.

삑삑~ 소리가 나면 무서워서 저렇게 피해다녔는데..




외출하고 돌아오면 저렇게 온몸으로 반겨주던 쇠돌이.




쇠돌이는 저렇게 사진속에 그리고 동영상 속에서 저와 함께 하는군요.

따듯하고 부드러웠던 쇠돌이의 가슴팍 털을 다시 한번 쓸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화장터로 가기전까지 만져주던 코 바로 아래 부드러운 털을 다시 한번 만져보고 싶습니다.


쇠돌아.

정월대보름의 달을 보니 네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아마도 하늘나라에서 잘 뛰어놀고 있겠지?

언젠가 형이 다시 강아지를 키우게 된다면 너처럼 혼자서 외롭지 않게 두마리를 함께 키울 생각이야.

형이 늦게 들어와도 혼자 외롭지 않도록...

그리고 어렸을때부터 옷도 입히고 차도 태우고 목욕도 시키는 훈련을 해서 너처럼 싫어하지 않게 하려고.

옷입는 것 싫어해서 이쁜 옷도 많이 못입고,  차 타는것도 싫어해서 멀리 가지도 못하고, 목욕하는 것을 싫어해서 깨끗하게 못하고 있었잖아.

너 어렸을때부터 형이랑 만났으면 좋았을걸.

그러면 좀더 오래 같이 있고 저런거 다 하면서 더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네 생각만 하면 36살 먹은 형이지만 자꾸 어린애 처럼 눈물이 흐른다.

죽기전까지 네가 어린애인줄 알았지만 진짜 어린애는 형이었나보다.

아직도 많이 보고 싶어 쇠돌아.

좀 있으면 봄이 올것 같다.

봄에는 너랑 산책도 많이 다니고 꽃구경도 많이 했는데... 그때가 되면 더 생각날꺼 같아.

안녕... 쇠돌아.


2008년 나와 쇠돌이의 뒷모습.

쇠돌이 2009. 1. 24. 02:21

작년(2008년) 여름쯤의 어느날이다. 

당시 회사는 투자가 끊겨서 프로젝트는 모두 중단되고 하나 둘씩 회사를 그만두는 뒤숭숭한 분위기 였고, 

할일없이 회사에 앉아있기가 답답하여 홍대앞에서 술한잔 하고 집에 가는길에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벽에 붙어있는 시 글귀를 보고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한장 찍어 두었었다. 

아마도 당시의 답답한 마음과 곧 회사를 떠날 예정이었으므로 당시의 상황에 비춰 나에게 글귀 하나 하나가 눈에 들어왔던거 같다. 

술에 어느정도 취한 상태여서 더더욱 감상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뒷모습이 어여쁜 사람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술김에 그 말을 웅얼 거리면서 집에 온것 같다. 

그 말을 곱씩으면서 그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회사를 정리하고 나왔다. 

아주 우연히도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쇠돌이와 보낼 시간이 많아 졌을때에 , 쇠돌이는 나와 딱 이틀의 시간을 함께 지내고 병원에 입원한뒤에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쇼크가 왔던 그날까지만 해도 잘 놀고, 잘 먹고 내가 옆에 있어서 너무나 좋아했던 녀석. 

쇠돌이의 마지막 뒷모습은, 그렇게 아름답게 나를 떠나갔다. 

내가 집에서 놀때 좀 더 오래 같이 있었으면 하는 야속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오래 아프지 않고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간것이 어쩌면 더 아름다운 뒷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와이프가 찍어준 쇠돌이와 나의 뒷모습. 


나도 앞으로 나의 삶에서 몇번이나 더 뒷모습을 보이면서 퇴장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늘 아름다운 뒷모습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 가는 뒷모습까지 아름다웠던 쇠돌이,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만 기억에 남을 것이다. 

Bye...  쇠돌아,  그리울꺼야. 영원히. 










쇠돌이가 떠난지 4개월, 와이프의 쇠돌이를 위한 홈데코.

쇠돌이 2009. 1. 10. 03:38
쇠돌이가 떠난지 4개월이 지났네요.

아직도 와이프와 저는 쇠돌이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와이프가 동대문에서 천을 사다가, 쇠돌이 사진을 이용해서 만든 홈 데코 입니다. 

내가 주로 컴퓨터를 하는 방인데, 컴퓨터 하면서 쇠돌이 사진보라고 저렇게 해놨네요. 

왼쪽에 있는 액자도 와이프가 연애 하던 시절 직접 그리고 만든 액자들...





오래전에 만들어 놨던 애니메이션 GIF 파일이 하나 눈에 띕니다.

항상 뭔가 궁금하거나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때면 저렇게 혀도 집어넣고, 귀를 번쩍 거리면서 귀를 기울여주곤 했는데. 

쇠돌~!  옙~ 형님!! (촥!!)



쇠돌아. 

마루에도, 냉장고 앞에도 , 그리고 컴퓨터 앞에도 네 사진들을 붙여놨써.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하다가 어쩌다 네 얼굴이 생각이 안날려고 하면 바로 볼수 있게...

얼마전 볼트라는 영화를 보면서 네 생각을 많이 했단다. 하얗게 날리던 너의 털이 자꾸 생각이 났써.

이럴줄 알았으면 사진 말고 동영상도 많이 찍어 놓을것을 그랬다. 동영상은 몇개가 안되네.

너 "으르렁" 거리는 소리도 다시 들을수 있고, "멍멍" 짖는 소리도 다시 들을수 있고...
동영상을 보니 네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그리고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가 잘 나오네. 

보고 싶다.

넌 항상 형 마음속에 살아있을꺼야. 사랑한다. 

성내천에서 눈이 많이 오던 날...

쇠돌이 2008. 12. 23. 18:40

2008년 12월 22일 

집에 들어가는 길에 눈이 많이 왔다. 

수서역에서 작은 길냥이가 어미를 잃어버린듯 지나가는 사람을 피해 구석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 

그러다가 어떤 학생의 발밑에 가서 앉아달라고 보챈다. 

그 학생은 무관심하게 쳐다보다가 자기가 탈 버스가 오니 잽싸게 올라탄다. 

다시 혼자가 된 길냥이 새끼는 구석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 

나도 기다리던 버스가 와서 버스를 올라탔지만 , 그 길냥이 새끼는 어제 밤을 무사히 넘길수 있었을까.

하필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추운날, 혼자가 되었을까.



쇠돌이와 함께 걷던 성내천 길에 눈이 많이 왔다. 

개가 눈오는날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쇠돌이는 눈오는것을 끔찍하게도 싫어했다.

나가는 것 자체를 싫어했는데 발까지 차거우니 더 싫어했던것 같다. 

너와 함께 걸었던 이 성내천 길을 이젠 언니와 형만 걷는다. 

형보다 한발 앞서 걸으면서 형이 잘 오고 있난 자꾸 뒤를 돌아보던 쇠돌이의 하얀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나는 밤이다. 



2008년 어느 겨울 눈이 많이 오던 성내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