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돌이와의 추억 #2 - 한식구 되기.

쇠돌이 2009. 8. 19. 00:20
1편에 이어서 계속 됩니다.

1편 쇠돌이와의 추억 #1 만남 보러 가기


쇠돌아~~

응? 저요? (내생각)

왜 임마 (쇠돌이 생각)

카메라만 들이대면 늘 저렇게 올려다 보곤 했던 쇠돌이.





쇠돌이는 그렇게 우리집의 식구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 녀석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식구들 중 누군가 제일 먼저 기상하는 동시에 기상 (대부분 어머니나 아버지가 신문 가지러 가실때)

그때 내방에서 자다가 잠깐 나가서 아는척 한다.

다시 돌아와서 아무데나 소변.

다시 내 옆에서 잔다.




한참 지나도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깨운다. -_-;;  주로 얼굴을 핥는다.

어쩔수 없이 일어나면 아침부터 놀아달라고 날뛴다;;;

참고로 당시 군대 제대하고 가끔씩 알바하면서 놀때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때 였다.

나 아침 먹을때 옆 의자에 뛰어올라와 뭐먹는지 감시한다.

고기나 햄 종류 같이 냄새가 좋은 것을 먹을때는 강렬한 눈빛 공격과 팔 긁기 공격을 한다.

처음엔 나에게 하다가 내가 쌩까고 안주면 마음약한 아버지나 형을 공략한다.

대부분 성공한다;;

이게 습관이 되니 자기 사료는 잘 먹지 않는다.

사료를 줘도 사람들이 모두 밥먹고 치우기 전까지는 절대 자기 밥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나중에는 이 버릇이 심해져서 고기나 햄이 아니면 먹지않는 단식 투쟁까지 벌였다.

개들이 염분기가 있는 사람음식을 먹으면 건강에도 안좋고 피부병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결국 이 녀석이 피부병까지 나서 가족들에게 쇠돌이 음식 주기 금지령을 내렸다.

마음약한 아버지와 형은 나몰래 가끔씩 주기도 했지만 나의 강력한 "음식 제한령" 덕분에 결국 나중에는 며칠 굶겨서 버릇을 고쳤다.



아침먹고 나면  아무데나 소변을 본다.

내가 보고 있을때는 화장실로 가지만, 안보고 있으면 아무데나 싼다.

심지어 이 녀석은 내가 잠든 새벽시간에 주로 몰래 일어나서 여기저기 영역 표시를 해놓는다.

나의 하루 일과는 걸래질로 시작해서 걸래질로 끝이났다.

집에 적응을 하면서 점점 그 횟수는 줄어들긴 했지만 이 녀석은 진정한 물기 대마왕 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고마웠던 것은 대변은 그래도 화장실 가서 싸주는 기사도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고맙다;;;


밥도 먹고 볼일도 보고 이제 슬슬 말썽 부릴 꺼리를 찾는다.

주 타킷은 아버지가 샤워하기 위하여 벗어놓는 속옷이나 출근 하려고 꺼내놓은 양말이다.

주로 선호하는 것은 꼬랑내가 나는 신던 양말이나 입다가 벗어놓은 속옷.

마루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으면 쇠돌이가 안방으로 살금 살금 들어가서,  자기 몸보다 긴 아버지 런닝을 물고 마루를 지나간다. -_-;;

너무 길어서 발이 걸려도 꿋꿋이 물고서 나를 모른척하면서 지나간다. 그런다가 내가 "이 놈!!" 하고 외치면서 뺏으려고 달려가면 "으르렁" 대면서 방으로 들어간다.

물고 간 속옷이나 양말은 여지없이 그 무시무시한 송곳니로 구멍을 뚫어놔야 직성이 풀린다.

뺏긴 뺏어야 하는데,  집착이라고 하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녀석이라,  특히 속옷이나 인형 같은 장난감은 한쪽 발을 턱 하니 올려놓고 "만져만 봐라, 물어주마" 하는 자세로 사주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한번은 갈비집에서 소 갈비대를 하나 줬다가 진짜로 맘에 들었는지 밥도 안먹고, 화장실도 참으면서 하루종일 지키고 앉아서 부스럭 소리만 나도 "으르르릉" 대면서 승질만 내는 통에 아주 곤란했었다.

이럴때 분위기 파악 못하고 이녀석을 이쁘다고 머리를 쓰다듬으려 한다던가 안으려 하면 여지없이 송곳니 신공을 펼쳐서 피를 보게 만들었다.

시간이 좀 지나서야 만져도 될때와 안될때가 구분이 되었지만 그전에 식구들은 돌아가면서 한번씩은 다 물려봤던 경험이 있다.

쉽게 빼앗을수도 없기 때문에 결국 간식과의 교환을 통한 외교적 해결 방법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간식을 손에 들고 있을때와 그렇지 않을때의 이녀석의 태도는 사뭇 달랐는데,

사람을 보면 얼굴을 먼저 보는게 아니라 손을 먼저 보는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손에 뭔가가 없어지면 뒤도 안돌아보고 냉정히 가버리거나 으르렁 대는 녀석 때문에 섭섭했던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녀석이 불쌍해 보일때가 가끔 있는데, 어머니 말로는 내가 밖에 나가면 대문앞에 앉아서 마루쪽을 쳐다보다가도, 내가 들어올 시간이 되면 대문쪽을 보고 누워 있다는 것이다.

무시 무시한 녀석이지만, 그래도 내가 자기의 주인이라는 사실은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내가 들어오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좋아서 어쩔줄 모르고 , 두발로 서서 앞발 두개를 앞으로 나란히 하는 "강시 자세"를 해서 반가움을 표시한다.

특히 내가 집의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소리만 나도 이미 내가 올것을 알고서 먼저 짖으면서 좋아한다고 어머니는 신기해 하셨다.

젊은 시절 친구들과 술먹고 늦게 집에 올때도 집안의 불이 모두 꺼진 채,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어도 이 녀석만은 자다가도 일어나서 이렇게 온 몸으로 반겨주니,  이 녀석 오줌지린내가 방안에서 진동을 해도, , 걸레질과 걸레 빨기에 주부습진이 걸린다 해도, 가끔씩 그 무시 무시한 송곳니로 피를 보게 만들어도 , 어찌 미워할수 있으리.

다른 식구들의 공통적인 의견도, 귀여운 얼굴과 들어올때 반겨주는 것마저 없었다면 , 이 녀석은 구박덩어리가 되었을거라는 것이다.

그만큼 쇠돌이는 자신이 가져야 할 것과 해줘야 할 것은 확실하게 알고 있는 똑똑한 녀석(?) 이었던 것이다.




내가 집에 오면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잠을 잘 때도 이 녀석은 이불을 피면 자기가 먼저 가운데에 눕는다.

내가 좀 옆으로 밀면 "으르렁" 댄다.  결국 난 요 한쪽 구석에서 자고 이녀석이 가운데를 차지하고 잔다.

구석에 먼저 누워서 슬슬 밀어서 결국 내가 자리를 차지 하긴 하지만, 이 녀석과의 잠자리는 익숙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기집에서 자도록 훈련을 해보려고도 했지만 잠만은 내 옆에서 자려고 해서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같이 자도록 내버려뒀다.

또 겨울에는 추위를 많이 타서 같이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을 좋아했다.  이불을 덮어주면 그대로 가만히 잘 자곤했다.

가끔씩 이 녀석은 잠꼬대와 코골이 소리로 나의 단잠을 방해하기도 했는데, 나의 코고는 소리도 만만치가 않아서 귀가 밝은 이 녀석도 나랑 같이 잠자는데 익숙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서 쇠돌이가 없길래 형 방에 가보니 거기서 자고 있다.

형 말로는, 내가 새벽에 무지 무지하게 크게 코를 골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슥 나오더니 형 방으로 와서 자더라는 것이다.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 나의 코 고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우리는 그렇게 같은 이불에서 동침하는 사이가 되었다.




* 쇠돌이와의 추억은 앞으로 계속 연재 됩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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